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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의 정치신인들이 젊은 청년이라는 현수막 구호를 보며 아연실색했다.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고사성어처럼, 중앙정치의 명분 쌓기용 구호와 지역 현장 공천의 불일치는 시민들에게 깊은 아쉬움과 착잡함을 남겼다.
특히 생활정치의 최전선에서 섬세함과 유연함으로 빛을 발해야 할 여성 정치인의 실종은 경주 정치의 고질적인 한계를 드러낸다. 타 지역에 비해 유독 경주에서만 여성의 정계 진출 장벽이 높은 현실, 그리고 역량 있는 여성 후보들이 대거 낙마한 배경을 두고 지역사회 일각에서 공천권자의 의중과 기준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국회의원의 권한이 진정한 지역 발전과 인재 양성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 굳히기에 소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통렬한 자기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반면, 민주당에서 배출된 22세의 최연소 당선인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복잡하다. 세상 경험의 미숙함을 염려하는 목소리와 파격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시선이 공존한다. 그러나 이 역시 경주 유권자들이 던진 표심의 결과이며, 정치권 리더들의 셈법과 시민들의 선택이 맞물려 만들어낸 엄연한 현실이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나 성별이라는 프레임 자체가 의정활동의 절대적인 척도가 될 수는 없다. 진정한 정치는 구호가 아닌 실력과 헌신으로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수식어의 성찬은 끝났고, 이제 오롯이 주민을 위한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어야 할 4년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지방자치의 주인은 결국 시민이다. 구호와 현실의 괴리에 실망하기보다, 이제는 이들이 국가와 지역사회를 위해 올바른 길을 가도록 매서운 눈으로 감시하고 경책(警責)해야 한다. 동시에 이들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성원과 격려를 보내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다. 제10대 경주시의회가 겉치레를 벗어던지고 경주 시민의 삶을 진정으로 보듬는 성숙한 의정활동을 펼쳐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