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이 14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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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 폐지하기 어렵다는 정부 입장이 나왔다. 상품 규모가 10조원을 넘어 상장 폐지 자체가 시장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위험 상품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그 부담은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가량 추종한다. 상승하면 수익이 커지지만 하락하면 손실도 확대된다. 매일 수익률을 재설정하기 때문에 주가가 등락하면 기초자산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와도 손실이 날 수 있다. 장기 보유할수록 원금 훼손 위험도 커진다.
개별 종목에 레버리지까지 결합하면 위험은 커진다. 기업 실적과 공시, 돌발 악재에도 가격이 급변하고 지수형 ETF와 달리 분산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장 마감 무렵 운용사의 비중 조정 거래가 몰리거나 순자산가치와 시장가격의 괴리율이 벌어지면 개인투자자는 이중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정부가 기본예탁금을 현금 3000만원으로 높이고 거래 단위를 제한한 것도 이런 위험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 문턱을 높이는 것만으로 구조적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3000만원을 보유했다고 고위험 상품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상품 규모가 커졌다는 이유로 손대지 못한다면 금융당국은 위험을 키울 때까지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너무 커져 없앨 수 없다’는 논리는 위험한 자기합리화다. 상품이 커질수록 투자자 보호 장치도 강해져야 한다.
상장 유지가 불가피하다면 괴리율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거래를 제한하고 유동성공급자와 운용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장 마감 직전 리밸런싱의 영향을 줄이고 판매 과정에서 원금 훼손과 장기 보유 위험도 명확히 알려야 한다.
개인투자자에게 선택의 책임이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상품을 설계하고 상장을 승인하며 위험을 감독하는 금융당국과 거래소, 운용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개인에게 모든 손실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공정한 시장이 아니다.
정부가 걱정해야 할 것은 상장 폐지에 따른 일시적인 충격만이 아니다. 안전장치 없이 고위험 상품을 방치해 개인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는다면 그 충격은 더 오래간다. 시장 안정은 상품 규모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